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그가 중얼거렸다. 그의 아내는 침대 위에서, 엎드려 베개를 폭 안은 채로 맥북을 가지고 열심히 타이핑 중이었다. 그가 며칠 전 차고에서 발견한 한 증거, 넥타이 핀만 아니면 그가 이렇게 예민해할 이유도 없으리라. 넥타이 핀은 그에게도 몇가지 있었다. 하지만 그가 차고에서 주웠던 그 넥타이 핀은 한 번도 본 적 없는 문양이 세공되어 ...
밤하늘은 차가웠다. 곧 비를 내릴 듯한 3월의 밤하늘은 구름 너머의 미세한 달빛만을 비추고 있었다.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으며 아파트의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우리 집은 6층에 있었다. 가장 높은 층은 17층까지 있었다. 나는 17층을 눌렀다. 곧 엘리베이터가 매끄럽게 올라가기 시작했다. 덜컹거리지도 않았다. 나는 1층에서 17층까지 올라가는 동안 ...
우리는 기계다. 우리는 노동자다. 우리는 혁명가다. 우리는 세계를 찢어발길 발톱이다. - 옴닉 해방군 오버워치 : 아이헨발데 방어전 성기사들 아이헨발데 외곽에 존재하는 검은 숲Schwarzwald은 그 깊이를 가늠할 수도 없이 방대한 숲이다. 사단급의 병력이 그 거대한 몸집을 능히 숨길 수 있는 그런 숲. 아이헨발데 성과 도심지는 이 숲에 감싸져 있었고, ...
나는 전쟁을 위해 빚어졌다. 내 뼈대는 티타늄 강철로 짜올려졌으며, 피부는 세라믹 합금으로 제조되었다. 신경 계통은 인간과 흡사한 속도로 움직이는 광전자이며, 내 두뇌는 인간의 뇌의 연산처리보다 뛰어나다. 내 두 안구는 멀리 있는 인간 저격수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고, 낮밤을 구별하지 않는다. 나는 전쟁을 위해 만들어진 전쟁 기계이며, 인간을 죽이기 위해 ...
여자는 오늘 하루를 기분좋게 시작했다. 그러니까, 모든 사람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아침의 시작을 말이다. 때맞춰 상쾌하게 일어나, 기분 좋게 샤워를 한 후, 아침 식사 대용으로 사과를 먹으면서 옷을 갈아입고, 어제 저녁에 약속되어 있던 친구와의 데이트를 위해 느긋하게 점심 때 나올 계획. 11시 21분을 가리키자 그녀는 느슨한 표정으로 느릿느릿 자신의 에코...
여자는 잠에서 깼다. 그녀는 따스한 침대 위에서 누워있었다. 푹신한 매트릭스와 이불이 부드럽게 그녀를 받치고 감싸고 있었다. 이불은 평범한 녹색과 흰색의 체크무늬가 가득했다. 그녀는 혼란스러운 머리를 부여잡고 주변을 살펴보았다. 흰색 페인트로 도색된 벽들은 살풍경해보이고 공황을 유발했다. 흰 벽지와는 알맞지 않은, 오래된 에디슨 필라멘트 전구가 노을색으로 ...
우리는 기계다. 우리는 노동자다. 우리는 혁명가다. 우리는 세계를 찢어발길 발톱이다. - 옴닉 해방군 오버워치 : 아이헨발데 방어전 성기사들 옴닉들. 살과 피가 아닌 강철 껍데기와 기름으로 만들어진, 인간의 피조물들. 인간이 빚어낸 최고의 오만이자 혐오스러운 지성체. 그들은 옴닉이라 불리며 기계로 쓰여졌다. 인간은 옴닉들의 노동 착취 위에서 자유롭게 살...
"그렇다, 우리는 동경한다! 그 삶을, 그 운명을!" 철학가는 위스키가 든 잔을 높게 들어올렸다. "그 끝이 한심하고도 우울한 몰락일 지여도, 찬양할지어다!" 그는 반 쯤 미친 사람처럼 보이기도 했다. 나는 바텐더에게 고갯짓해서 그에게 술을 더 이상 주지 않는게 좋겠다고 했다. 바텐더 역시 공감하는 듯이, 올려뒀던 위스키병을 슬그머니 내려놓았다. 철학가는 ...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니, 그 곳은 설국이었다>. 가와바타 나스야리의 <설국> 도입부의 글이다. 나는 지금 집으로 돌아가는 열차에 몸을 싣고, 추워진 12월 속 가족들과 함께하기 위해 돌아가고 있다. 열차의 느릿하고도 덜컹거리는 진동에 몸을 맡긴 채 멍하니 바창문 바깎을 바라보고 있었다. 길고 긴, 산간의 터널을 통과하자 밝은 빛...
정신을 차려보니, 밖은 비가 오고 있었다. 반 쯤 연 창문 밖은 칙칙했다. 오후의 밝은 햇살이 칙칙한 먹구름에 가려져 자기 빛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맞을 터이다. 콘크리트와 시멘트, 그리고 늘러붙은 검은 타르의 대지 위로 투명한 빗방울이 주룩주룩 떨어지고 있었다. 비에서는 비 특유의 비린내가 비벼져 있었다. 그 비벼진 비린내의 근본은 없을진데, 없는 ...
형사는 잠든 거리를 나아갔다. 검정 포드 익스플로러는 그 손길에 맞춰 불꺼진 거리를 조용히 나아갔다. 불꺼진 거리에서 좌회전을 하자 곧 눈부시도록 밝은 네온 조명이 차와, 차에 탄 형사를 반겼다. 수많은 네온 불빛들, 명멸하는 쾌락들, 지펴지는 욕망들. 홍등가였다. 몇몇 여인들이 안도 위에서 큰 가죽 롱부츠를 신고 그를 보고 있었다. 뱀. 형사는 그것들, ...
미궁도시 오라리오, 그 곳에는 수많은 사연들이 모여들고 또한 묶인다. 본래 미궁, 정체불명의 몬스터들이 태어나는 던전을 막기 위해 지어진 바벨을 중심으로 건설된 이 도시는 수많은 사람들이 꿈과 희망, 그리고 야망을 지니고 모여들었다. 거대한 욕망의 항아리라 불러도 손색 없을 도시. 그리고 이 도시는 유흥을 위해 모여든 온갖 신들의 거점지로도 유명했다. 북유...
백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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